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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 활동/내가 지은 수필

개구리

by 헤드리 2021.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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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경칩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경칩은 일년 중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날 정도로 날씨가 따뜻해지는 날이다.

그래서 우리는 경칩이 되면 이젠 봄이구나 라고 생각한다.

딸이 어렸을 때부터 딸과 장난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말하는 단어가 개구리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장난치면서 끝맺는 말이 개구리다 보니 딸이 "아빠는 왜 맨날 개구리를 말해요?", "개구리가 그렇게 좋아요?" 라고 물어본다.

나도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딸과 놀이 중에 나의 말의 마지막 내용은 개구리였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때 이사를 갔다. 이사를 간 집은 장미꽃, 목련꽃 등이 있고, 금붕어가 사는 작은 인공 연못이 있는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이었다.

4학년 2학기 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이곳에서 살았는데, 많은 주택들이 붙어있어서 친구들과 옆집으로 넘어 다니면서 놀곤 했었다.

당시 집 앞에는 버려진 우물 하나가 있었는데, 우물은 1m에서 1m50cm 정도 깊이에 맑은 물이 가득차 있었다.

그 우물은 식수로 사용하지 않고, 버려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큰 돌을 던져 물이 폭탄이 터졌을때 처럼 튀어오르게 하는 놀이를 했었다. 

장마비가 내린 어느 여름날, 나는 친구들과 함께 당시 우리의 놀이터 였던 어항단지 공터에 가서 뛰어 놀았다.

물이 고여 있는 곳을 보니 개구리들이 언제 알을 낳았는지 올챙이들이 꼬물꼬물 헤엄을 치고 있었다.

나는 주위에서 주운 플라스틱 병에 올챙이들을 잡아서 집 앞에 있는 우물에 올챙이들을 부어 넣었다.

매일 학교 갈때나 다녀와서 올챙이들이 자라는 것을 관찰하면서 놀았다. 개구리부터, 뒷다리와 앞다리, 꼬리가 달린 올챙이도 아닌 개구리도 아닌 것들이 헤엄치고 놀고 있었다. 나는 개구리가 숨을 쉬게 해주려고 나무 토막들을 던져주곤 했다. 우물 안에는 수많은 개구리들이 물위로 눈을 내놓고 뻐끔뻐끔 숨을 쉬면서 살고 있었다.

여름이 끝나가는 어느 날, 옆집에 누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이 있었다. 학교 다녀오면서 그 집 대문앞을 보니 드라이아이스가 있었다. 나는 가방을 집에 던져놓고 어떤 마음에서인지 그 드라이아이스를 연못에 던져 넣었다.

그런데 우물물이 용암처럼 끓어오르고 하얀 연기가 엄청 올라왔다. 어린 마음에 깜짝 놀라서 집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한참 만에 집에서 나와 우물안을 들여다 보니 우물에서 키우던(?) 개구리들이 모두 배를 뒤집고 죽어 있었다. 

나는 울면서 집으로 들어가서 엄마에게 말하니 드라이아이스를 넣어서 개구리들이 숨을 못 쉬어서 죽었다 라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커서 보니 드라이아이스가 물과 만나서 나는 하얀 연기가 이산화탄소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구리가 숨을 못 쉬고 죽은 것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개구리에게 미안하고, 무서워서 개구리들이 죽어 있는 우물을 이사갈 때까지 한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어릴 때 했던 행동이지만 개구리들에게 미안하다. 그런 마음이 남아있어서인지 나는 지금도 딸을 아침에 깨울 때나 장난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말을 할 때 마지막 단어에 항상 개구리를 나도 모르게 넣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개미가 발을 타고 올라갑니다. 개미가 등을 타고 올라갑니다. 개미가 머리위로 올라갑니다. 안 일어나면 개미가 코를 뭅니다. 개미가 개구리에게 올라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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