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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 활동/내가 지은 수필

회개

by 헤드리 2021.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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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라는 말은 교회와 성당 등 그리스도교에서 죄로부터 벗어나 신에게 되돌아감을 의미한다.

또한 어학사전을 찾아보니 회개란 죄나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고쳐먹다 라는 뜻이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수학여행을 다녀온 다음, 반장, 부반장, 총무 등 학급 임원들은 2 3일의 힘든 일정에 몸도 마음도 피곤한 상태에서 학교에서 마무리 정리를 해야만 했다.

정리를 마치고 우리는 집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산 위에 있는 학교에서 20분 정도 걸어 내려가야 했다.

진남관 밑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고등학교 2,3학년쯤으로 보이는, 흔히 말하는 불량학생 형들 2명이 우리를 불러 세워서, 위협하면서 바로 옆 골목길로 끌고 갔다.

지금이나 40여년전이나 학생들의 돈이나 물건을 뺏는 불량학생은 우리 주위에 있었나보다.

어쨌든 처음 당하는 일에 당황해서 한 낮인데도 주위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지 못한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우리는 골목으로 끌려 갔다.

둘은 계단에 걸쳐 앉아서 우리들에게 왜 학교도 안가고 돌아다니냐고 꾸짖는 것이었다. 우리는 불량학생들이 꾸짖는 소리를 들으며 고양이 앞에 쥐마냥 떨고 있었다.

한바탕 꾸짖음을 한 다음 그들은 우리에게 가지고 있는 돈을 다 내놓으라고 했다. 영화에서 가끔 나오는 대사인 센터 까서 나오면 나오는 금액만큼 맞는다라는 말과 함께

겁먹은 우리들은 찍소리 못하고 각자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놓기 시작했다. 기억해보면 나는 당시 수학여행 때 쓰라고 받은 500원자리 지폐 한 장을 내놓았던 것 같다.

모두 가진 돈을 내놓았더니 불량학생 형들은 계단에 걸터 앉아서 우리들에게 센터 까서 나오면 나오는 금액만큼 맞는다라고 하면서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내라고 했다.

겁먹은 우리들은 찍소리 못하고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500원짜리 지폐 한장을 불량학생 형들의 손위에 내어놓았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시 우리에게 학교에 안가고 거리를 돌아다니면 우리처럼 된다는 자기반성같은 말을 하길래

나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우리는 수학여행을 다녀왔고, 학급임원이라서 학교에서 정리하고 집에 가는 중'이다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불량학생 형들은 약간 놀라면서 학급임원, 반장, 부반장들이야?” 라고 하면서, 갑자기 미안하다고 했다.

그들은 우리가 평일 낮에 돌아다니니까 자기들처럼 학교 안가는 문제아들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말도 웃겼다. 그러면 문제아들의 돈은 뺏어도 된다는 말인가?

어쨌든, 그들은 미안하긴 한데, 담배 필 돈이 필요해서 돈은 못 돌려준다 라고 하면서 빨리 집으로 가라고 했다.

우리는 돈이 아깝기 보다는 맞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아직 어렸기 때문에 무서운 마음에 빨리 골목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갔다. 다행히 버스비는 남겨줬었나 보다.

친구들과 재수 없었다 하고 넘어갔고, 집에 가서 부모님께 말도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 일은 내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 일이 있고 몇 개월이 지나서였다.

정확히 무슨 일로 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일요일에 학교를 갔었다. 아마 선생님을 도와서 무엇인가를 해야 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학교까지 등산을 하듯이 힘들게 올라가서 정문에 도착했을 때 정문 오른쪽골목길에서 내 소중한 돈을 뺏어갔고 우리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했던 그 두명 중 말을 많이 했던 한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움찔거리면서 시선을 피하려고 했는데, 그 불량학생 형이 나를 봤다.

Oh! My God. 순간, 나는 가진 돈을 또 뺏기겠다는 걱정을 하고 얼어붙듯이 그 자리에 서서 불량학생 형을 봤는데, 그 형은 그때와는 다른 자애로운 얼굴로 학교에 가냐?” 라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라고 대답했고, 무서워서 얼굴은 못 보고 가슴을 쳐다보는데 그의 손에 들려져 있는 성경책을 보게 되었다.

그러자 그 불량학생은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나 회개하기로 했어, 그래서 교회에 다녀하고 공부 열심히 해라하고 나를 지나쳐서 걸어갔다.

별다른 해코지를 당하지 않은 안도감 보다도, 회개했다는 그 형의 말이 더 가슴에 남았다.

솔직히 그때는 웃겼다.

 

학교에 가서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진남관 앞에서 돈을 뺏긴 기억과 그 회개한 불량학생 형을 학교 앞에서 마주친 장면과 성경책은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나고, 그때 그 형이 했던 말이 생각나서 작은 미소를 띄워본다.

나 회개했어!!”

회개한 형이 잘 살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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