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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 활동/책속에 길이(독후감)

(박홍순, '미술관 옆 인문학') '미술관 옆 인문학'을 읽고 나서

by 헤드리 2025.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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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2020년 3월, 갑자기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 나이 들면서 취미를 가져야 하는데, 그림은 어떨까 해서 시작해 보았다. 첫 그림이 화병에 있는 꽃 그림, 스케치를 하고, 색을 칠하고, 완성된 그림을 보면서 행복했다. 행복할 수 있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처음에는 딸이 초등학교 때 쓰던 스케치북과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었다. 좀 더 잘 해 보려고 스케치북과 물감을 새로 샀다.

[미술관 옆 인문학 표지]

 

# 책의 개요

ㅇ 제목 : 미술관 옆 인문학

ㅇ 저자 : 박홍순

    젊은 시절을 열렬한 민주화 운동과 함께 살아온 그는 지난 20여 년간 시민, 사회단체에서 연구와 실천 활동을 하면서, 뒤돌아볼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우리 사회의 인문한적 토양에 깊은 갈증을 느꼈다. 그래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접근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픈 마음에 지금까지 글을 써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동서양 고전을 친근한 벗으로 만드는 일, 고전의 정수를 가까이하는 일을 실천하고 있다. 엄밀한 독서와 치열한 토론만이 고전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라는 믿음의 실천 결과물로서 다수의 작품을 내놓았다. 지은 책으로 <감정의 미술관><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히스토리아 대논쟁>1~5,<맛있는 고전 읽기>1, 2 등이 있다.

 

# 추천 점수

5점 만점에 4.5점 (스토리, 구성, 흥미, 교훈 4가지 평가요소)

그림을 좋아하는 내가 나이들면서 채워가고 싶은 것이 인문학적 소양이다. 그런 와중에 인스타그램인지, 페이스북인지에 올라와 있던 추천 도서에 있는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읽게 되었다. 그림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후반부에 갈 수록 조금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하나하나 배워간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 줄거리

여러 미술 작품을 대상으로 작품의 배경, 내용, 작가에 대한 것까지 알려주는 책이었다. 조금 딱딱한 인문학으로 치우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것에 대한 기쁨, 새로운 작품을 보는 것에 대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추천 도서에 들어 있어서 직원에게 사라고 했는데, 미술관 옆 인문학 2는 내가 사서 읽어봐야 겠다.

 

# 목차 (긴 목차를 쓴 이유는 책에서 언급한 미술 작품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1. 자유를 향한 여정
 ㅇ 규격화된 삶을 거부하는 집시 : 루소<잠자는 집시> / 헉슬리<멋진 신세계>
 ㅇ 21세기 돈키호테를 위하여 : 도레<서재의 돈키호테> / 아담 스미스<국부론>
 ㅇ 밤, 자유의 공간 : 피사로<몽마르트르 거리> / 리스먼<고독한 군중>
 ㅇ 진리가 여성을 자유롭게 하리라 : 코로<책 읽는 여인> / 보부아르<제 2의 성>
 ㅇ 웃음의 사회적 역할 : 할스 <유쾌한 술꾼> / 에코<장미의 이름>
 ㅇ 전쟁과 군대 그리고 자유 : 타데마<전무> / 칸트<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2. 동양과 서양의 시선
 ㅇ 서양 미술과 오리엔탈리즘 : 들라크루아<사르다라팔루스의 죽음> / 사이드<오리엔탈리즘>
 ㅇ 동양과 서양의 자연관 : 최북<풍설야귀인도> / 괴테<파우스트>
 ㅇ 동양과 서양의 목욕하는 여인 : 르누아르<목욕하는 여인들> / 플라톤<향연>
 ㅇ 두 개의 자화상 : 윤두서<자화상> / 카뮈<시지프의 신화>
 ㅇ 시련의 향기 : 김정희<세한도> / 디포<로빈슨 크루소>

3. 이성의 그늘
 ㅇ 이성과 광기 : 고야<잠자는 이성은 괴물을 깨운다> / 데카르트<성찰>
 ㅇ 이성의 그늘 : 조셉 라이트<공기펌프 안의 새에 대한 실험> / 베이컨<신기관>
 ㅇ 욕망과 이성은 지옥? : 보슈<쾌락의 동산> / 프로이트<정신분석 강의>
 ㅇ 인간과 로봇의 경계 : 에른스트<셀레브의 코끼리> / 데카르트<방법서설>
 ㅇ 파놉티콘 사회 : 고호<죄소들의 보행> / 푸코<감시와 처벌>
 ㅇ 아테네 학당의 철학 이야기 : 라파엘로<아테네 학당> / 플라톤<국가>

4. 빈곤의 역사를 넘어
 ㅇ 노동의 고단함 : 드가<다림질하는 여인> / 에밀 졸라<목로주점>
 ㅇ 꽃과 노동 : 리베라<꽃 운반 노동자> / 마르크스<자본론>
 ㅇ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 : 무리요<거지 소년> / 맹자<맹자>
 ㅇ 어머니… 아, 우리들의 어머니 : 강연균<시장 사람들> / 윤정모<어머니>
 ㅇ 삼등 열차 안에서 : 도미에<삼등 열차> / 마빈 해리스<문화의 수수께끼>
 ㅇ 도박을 권하는 나라 : 카라바조<도박꾼> / 보르헤스 <바빌로니아의 복권>

5. 일상성의 비밀
 ㅇ 여성의 일상 : 캐사트<아기의 목욕시간> / 마르크스<독일 이데올로기>
 ㅇ 일상성의 감옥 : 에서<상대성> / 르페브르<현대 세계의 일상성>
 ㅇ TV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 백남준<TV 부처> / 맥루한<미디어의 이해>
 ㅇ 햄버거의 철학 : 올덴버그<모든 것이 들어 있는 두 개의 치즈버거> / 조지 리처<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 화>
 ㅇ 에로티시즘을 경계하는 문명 : 클림트<키스> / 보카치오<데카메론>
 ㅇ 나는 어디쯤 끼어 있을까? : 곽덕준<10개의 계량기> / 뒤샹<미국인에게 보내는 공개장>

6. 개인과 사회 그리고 자아
 ㅇ 희생을 원하는 사회 : 렘브란트<아브라함의 제물> / 포퍼<열린 사회와 그 적들>
 ㅇ 나르시시즘을 권하는 사회 : 워터하우스<에코와 나르키소스> / 니체<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ㅇ 변검술사로 살아가는 현대인 : 엔소르<가면에 둘러싸인 자화상> / 기든스<현대성과 자아정체성>
 ㅇ 메두사의 뗏목과 부정부페 : 제리코<메두사의 뗏목> / 니버<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ㅇ 친일 미술의 그림자 : 정현웅<대동아전쟁 1주년 특집 표지화> / 신채호<대아와 소아> 
 ㅇ 절망에 대하여 : 뭉크<절망> / 김진경 <낙타>

 

# 좋은 글귀

p20

그렇게 머물지 않는 삶, 항상 떠나는 삶, 그래서 어디에도 메이지 않는 삶을 사는 집시의 인생을 이 그림에서 읽어낸 콕도의 눈은 참으로 날카롭다.

p22

그 웃음 속에서 어떠한 사회적인 도덕률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연인의 자유분방함을 발견한다. 머물지 않는 삶의 불편과 위험이 불행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고 내일이면 다시 펼쳐질 새로운 날에 대한 기대로 나타나는 듯하다.

p41

빛의 세계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생활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매일 마주치는 방 안의 일상적 풍경이 어느 순간 창문으로 스며드는 빛과 만나서 새로운 느낌을 주기도 하고, 도시의 볼품없는 회색 건물들조차 어느 순간 빛의 마술에 걸려, 자연의 그 어떤 찬란함과도 맞먹을 아름다움을 보여 주기로 한다.

p43

하지만 빛의 마술은 밤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특히 밤은 자연의 빛과 함께 인공적인 빛을 선사한다. 밤의 달빛은 그것대로의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햇빛이 동적인 힘을 보여 준다면 달빛은 정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가로등이나 전등불과 같은 인공의 빛은 밤의 세계를 화려하게 꾸미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상파 화가들은 달빛과 별빛을 탐구하거나 도시의 전등 불빛이 만들어 내는 화려함을 캔버스 속에 구현하려고 애를 썼다.

p49

개인의 자유는 고독을 먹고 자란다. 사회의 통념이나 부당한 강제에 대한 비판과 저항은 고독한 성찰의 시간을 전제로 한다. 먼저 자신의 욕망과 내면에 솔직해지는 것에서 자유의 싹은 자란다. 고독하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고 자유롭기 때문에 고독하다. 이제 낮의 대용품을 걷어내고 밤의 고독을 즐기자. 밤의 해방과 자유를 만끽하자. 적어도 밤에는 내 안에 있는 타인을 쫓아 보내고 내 안에 나를 가득 채우자.

p119

플라톤이 보기에 아름다움은 단순히 형식적인 것을 넘어서는 내용적인 것이기도 하다. 절대적인 아름다움은 절대적인 진리이자 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선과 미는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이고 최고의 이데아로서 존재한다. 그에게 아름다움의 문제는 진리를 탐구하는 형이상학의 문제였고 윤리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플라톤에게 있어 아름다움의 개념은 이상주의, 정신주의, 도덕주의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p132

거울 속에서 사라지는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스스로를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그릴 수 있다는 것, 인간임을 부정하는 것. 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가, 상징인가?

p135

모래를 손에 가득 쥐고 강하게 힘을 주면 줄수록 모래는 더 빠르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결국 허전하게 빈손만 남는다. 손을 느슨하게 펼쳐야, 손에 빈 공간이 있어야 모래를 쥘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빈 공간은 단순히 비어 있는 게 아니다. 가득 찰 준비를 하고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인간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어 있을 때 채울 수 있다. 스스로 부끄러울 수 있을 때 당당할 수 있다. 스스로 초라해질 수 있을 때 새로운 도약도 가능하다.

p215

그리스의 많은 자연철학자들이 물이나 흙처럼 세계의 근원적인 물질을 찾는 데 주목했다면, 헤라클레이토스는 '변화' 자체의 중요성을 설파했다는 점에서 그리스 자연철학에서 뚜렷하게 독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대립된 성질을 갖는 요소들 사이의 투쟁을 통해 변화가 나타난다고 보았다. 우주에는 서로 상반된 것들 간의 다툼이 있고 만물은 이러한 상반된 것 사이의 다툼에서 생겨난다. 그러한 의미에서 "싸움은 만물의 아버지요 만물의 왕" 이라고 했다. 세계는 대립과 모순으로 되어 있고 조화란 이러한 싸움의 과정 속에서만 가능하다.

p267

삶의 고단함은 인간에게서 서로에 대한 따뜻한 시선마저 앗아가 버린다. 매일의 삶이 고된 노동의 연속일 때, 그리하여 세포와 신경 하나하나에까지 피로가 축적되어 있을 때 우리는 타인의 삶에 관심이나 애정을 갖기가 힘들다. 하루를 능동적으로 살아가기보다는 수동적으로 힘겹게 밀어내는 느낌일 때는 타인의 시선조차 무겁게 느껴진다. 서로의 시건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노동의 연장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대화는 공감대를 전제로 하는데, 남편은 남편대로 직장에서의 경쟁과 삶이 전부이고, 아내는 반복되는 가사 노동에 찌들어 있고, 아이는 학교와 학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현실에서 함께 대화할 소재는 날이 갈수록 사라진다.

p271

감동은 꾸미기 어렵다. 삶의 체험에서 나오는 감동은 보는 사람을 빠르게 동화시킨다. 그만큼 삶과 예술이, 삶과 세계관이 일치할 때 그곳에서 자연스러움이 배어 나온다. 고흐의 치열했던 삶, 나아가서는 광기 어린 삶을 그의 작품을 통해서 체험할 수 있듯이 말이다. 도미에의 그림은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던 70~80년대의 삶, 또한 아직도 우리 사회의 한편에서는 여전히 현실인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기억의 창고에서 끄집어내는 역할을 한다.

p302

일상을 되돌아보면 보잘것없어 보이는 잡다한 것들의 집합처럼 느껴지기 십상이다. 잡다한 것들이 마치 영원히 반복될 것처럼 끊임없이 다가온다. 그리고 일상성 안에서 느끼는 감정은 분주함과 권태로움, 기쁨과 슬픔 등 서로 모둔되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들이 뒤섞여 있기 마련이다. 평생을 일상적인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반복적인 생활, 이렇게 하루, 일주일, 한달을 허덕대며 보내는 삶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된다. 반복되는 일상의 산술적 합이 한 사람의 인생이 되어 버린다.

p371

셰익스피어는 "이 세상은 무대이며 모든 남자와 여자는 배우들이다. 그들은 각자의 배역을 좇아서 등장했다가 퇴장하지만 사람은 평생 동안 여러가지 역을 담당한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극본 없는 연극'이라고도 한다. 이 역시 인간들은 삶의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렇게 연기를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우리의 일상적인 표정이란 것은 일종의 가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epilogue

새롭게 산 스케치북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그림을 그렸다. 풍경화부터 애완고양이 그림까지 많은 그림을 그리면서 그리는 것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여전히 초보 화가이지만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미술에 대한 지식을 키워 가면서 재미있는 인생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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