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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 활동/책속에 길이(독후감)

(효영, '닭큐멘터리') 에세이, 닭큐멘터리를 읽고

by 헤드리 2025.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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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큐멘터리 책 표지]

 

# Prologue 닭과의 슬픈 추억이

국민학교 다닐 때 정원이 꽤 넓은 단독 주택에서 살았다. 장미, 무화과, 철쭉 등 식물 뿐 아니라 개, 고양이, 붕어, 새 등 키우는 동물들도 많았다. 어느 날, 학교 교문에서 할머니가 노랑 병아리를 팔고 계셨다. 오래 된 기억으로는 2마리를 샀던 것 같다. 그 중 한 마리는 며칠 만에 하늘나라로 가서 집 앞에 있는 공터에 묻어 주었다. 나머지 한 마리는 닭이 될 때까지 키웠다. 흰 색 깃털에 빨간 색 벼슬을 가진 닭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돌아 온 어느 날 보이지 않았다. 엄마에게 물어 봤더니 옆집 제사 때 쓴다고 해서 팔았다고 한다. 사고 키웠던 주인인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은 채 파셨다고 한다. 그렇게 닭과의 첫 추억을 슬프게 끝났다.

 

# 책의 개요

ㅇ 제목 : 닭큐멘터리(봄날의 닭을 좋아하세요?)

ㅇ 저자 : 효영

 

제주에서 자급자족?을 추구하는 효영씨 가족이 닭을 키우면서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에세이 형태로 썼다. 닭을 키우기 위한 가벼운 양계 지식부터 닭이 계란을 공급하고 가끔 고기를 제공하는 수단이 아닌 반려 동물로서 닭을 키우고 사랑하는 여러 에피소드까지 지루하지 않은 구성과 내용으로 꽉 차 있다. 

 

# 추천 점수

5점 만점에 5점 (스토리, 구성, 흥미, 교훈 4가지 평가요소)

재밌는 책은 읽기 시작하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재밌는 책은 책을 읽을 때 눈 앞에 책의 내용이 펼쳐 진다. 닭큐멘터리는 에세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신선하면서 즐겁다. 우리가 사는 모습을 저자가 경험한 내용으로 잘 펼쳐 냈다. 양계, 반려 동물, 같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밌게 그려져 있다.

 

# 저자 소개 - 효영

제주 서귀포 서남쪽 시골 마을에서 암탉 여덟, 강아지 하나, 어린이 둘, 반려 남자와 산다. 매일 아침 강아지와 동네를 달리고, 닭에게 모이를 주고, 달걀을 꺼낸다. 하나씩 천천히, 또박또박, 매일의 삶을 정성껏, 따뜻하게 살고 싶다. 달걀 후라이는 써니 사이드 업, 무조건 반숙 을 원하는 작가

 

# 목차 

들어가는 글 : 양계 변명 - 나는 왜 닭 책을 쓰는가

1부. 봄날의 닭을 좋아하세요?

2부. 사려 깊은 닭치기

나가는 길 : 기획 변명-나는 왜 닭 책을 만들었나 / 기획자 하정

 

# 독후감

들어가는 길.

남편인 필은 바지런히 몸을 움직여 직접 만들과 키우는 것을 좋아한ㄷ. 홈페이킹뿐이랴, 가구도 만들고, 술도 담그고, 집도 짓는다. 이 기족은 경기도 신도시에 살다가 10년 전 제주로 내려와 터를 잡았다. 지렁이 한 상자 키우기, 벌을 치고, 개미, 도마뱀, 각종 바다 생물을 키우다가 양계를 시작했다. 양계는 매일 아침 암탉들이 낳는 달걀 수보다 많은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삶과 죽음, 전응과 무력, 당연과 모순의 순간들을 데려왔다. 이렇게 양계를 하면서 양계기를 빙자한 관찰기를 쓴 것이다.

 

1부. 봄날의 닭을 좋아하세요? 

에세이라서 독후감보다는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내용을 적으려고 한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는 데 수탉이 빠질 순 없지. 아무렴, 그 어떤 까마득함도 수탉의 울음에는 눈을  번쩍 뜰 일이다. 곰이 사람을 찢는다면, 수탉은 시간을 찢으니까 
(수탉만 운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닭 빨리 잡는 방법. 고통 없이

 

스윽, 사악, 스윽, 사악. 내 집에서 처음 듣는 칼 가는 소리는 고요한 여름밤의 포를 뜨는 듯했다. 축축한 숫돌 위로 침묵이 층층이, 서늘하고 비릿하게 내려앉았다. 필은 칼을 들고 뒤꼍으로 나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문장의 표현이 신선했다. 여름밤의 포를 뜨는 것, 침묵이 층층이 등)

 

양계 강령  1. 병아리는 귀엽다. 그러나 반하지 말라. 2. 수탉은 멋있다. 그러나 반하지 말라. 3. 이름을 지어주지 말라. 특히 수탉에게는 절대! 

 

인간이 동물을 쫒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대체로 인간이 절대적 열세다. 닭을 잡을 때도 그렇다. 닭은 생각보다 빠르다. 비슷한 처지인 펭귄처럼 뒤뚱뒤뚱 어설플 것 같지만, 작정만 하면 고양이도 따돌릴 만큼 빠르다. 심지어 녀석들은, 우리도 장본인도 왕왕 잊고 살지만, 날개가 있다! 아무리 퇴화했다고 해도 야트막한 집 지붕쯤 가뿐히 날아오를 수 있단 말이다.

 

부화기에서 태어난 생명에게 노지에서 맞이한 바닷바람과 귤향기는 얼마나 눈부신 발견이었을까. 나 혼자 두근거리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동안 닭들은 가득 부어둔 밥을 발로 팍팍 헤치며 쪼아 먹는다. "뭣도 모르는 소리하는군" 이라는 듯.

 

어떤 밤에는 거실을 보다가, 병아리 영혼이 유령이 되어 나타나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어미 품에서 튀어 나오듯 어딘가에서 퐁퐁퐁퐁 셀 수 없이 튀어나온 노란 병아리 유령이 어둑한 거실을 환하게 채운다. 유령이라고 해도 조금도 무섭지 않을, 그 보드랍고 무해한 것들의 영혼이 말이다.

 

그렇게 흙에서 흙으로 순환하는 동그라미가 완성되었다. 우리는 '팀 병아리'와 조화로운 협동과 연대를 이루며 시간을 보냈고 병아리들은 자연스레 닭으로 자랐다. 그리고 곧, 동그라미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점을 담당해 주었다.

 

나에게 독재자로 살 수 있는 하루가 생긴다면 딱 한 가지 법률을 제정할 테다. '일 가정 일 암탉 키우기.' 
(지금의 대통령보다 훨씬 뛰어난 독재자이다.)

 

2부. 사려 깊은 닭치기

 

얼얼했다. 태풍이 병아리를 삼켰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 속 회오리는 집, 가축, 사랑하는 가족, 못된 이웃까지 캔자스 땅 위의 모든 것을 휘감아 저 멀리 날려 버린다. 그런데 회오리 속 사람들의 행동이 자못 태연하다. 아주머니는 평소처럼 뜨개질을 하고, 아저씨는 카누를 탄다. 못된 이웃은 자전거 페달을 굴린다.

 

여전히, 달걀 속 첫 울음부터 새벽 울음까지, 기억이 떠오르면 안 그래도 단단한 고기가 더 단단해져 목구멍을 막는다. 우리는 고마웠던 존재의 흔적이 한 방울도 낭비되지 않도록 천천히, 말끔하게 식사를 마친다.

 

원래 사람이 안으면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구루도 아이의 품에 안겨 오는동안 웬일로 얌전했다. 마치 자신의 가출로 얻어 낸 인간들의 협상안이 흡족하다는 듯. 구루는 친구들이 기다리는 닭장으로 돌아갔고, 우리도 집으로 들어갔다.

 

닭의 우주를 데려오고,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바지런히 중력을 조절하는 필에게 감사하며, 나홀로 우주 여행을 마친다. 귀환 지점은 덜컹거리는 조수석. 여행의 여운으로 아련한 미소를 띠며 왼편을 바라보니, 필이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운전을 하고 있다. 필이라는 우주 안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나가는 글

 

이렇게 저작 경험이 없는 저자와, 다른 작가의 글을 출판한 적 없는 출판사의 '과연 뭐가 되려나?' 싶은 합작이 시작되었다. 우리 프로젝트에는 출간 기획서도 마감도 없었다. 경쟁 도서도 마케팅 방안도 없었다. 효영은 오랜 기억을 들추거나 요즘 일어난 에피소드를 포착해 공유 문서에 짬짬이 기록했고, 나도 일상을 보내다가 문득 생각나면 문서에 접속해 글을 읽었다.

 

나를 돌아보았다. 눈앞에 놓인 선택지들을 품어 볼 생각은 하지 않고, 어느 것이 유정란이고 무정란일지 미리 알고 싶어 안달했다. 그러면서 시간에 지고 불안에 지고 있었다. 효영이 내 사정을 알고 귀감이 되라며 글을 썼을 리 만무하다. 신이 친구가 필요한 사람에게 개를 보내고, 희망이 필요한 사람에게 닭을 보낸다면, 이 타이밍의 나에게 닭 원고를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순수하게 지금의 소임을 계속하는 것이 희망, 그 자체라는 가르침이었을까?

 

# epilogue

딸이 초등학교 때 성남 모란시장에서 병아리 두마리를 사서 길렀다. 아파트에 살지만 베란다에 작은 정원이 있어서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딸에게 귀여운 병아리가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병아리는 며칠을 못 살고 병아리 세상으로 떠났다. 다행이 외향적?인 딸이 울고불고 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남이 안 다니는 밤 늦은 시간에 아파트 1층 화단에 잘 묻어 주었다. 왔다 갔다 하면서 우리는 '여기가 삐약이 묻은 자리지?' 하면서 삐약이의 명복을 빌었다. 테라스가 있는 집에 살기 시작하면서 블루베리, 사과나무, 샤인머스캣 등 유실수와 꽃들을 더 많이 키우고 있다. 와이프에게 닭을 키워볼까 하다가 심하게 혼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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