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주 작가, '소설 무소유 : 법정스님 이야기')를 읽고 나서
# 시작하면서 (10년만 이책을 빨리 읽었더라면)
좀 더 젊었을 때 대중매체에서 법정스님의 모습이나 이야기를 감동없이 바라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냥 훌륭한 스님이구나 했었습니다. 이번에 정찬주 작가의 소설 무소유 법정스님 이야기를 읽고 나서, 이 책을 10년만 빨리 읽었더라면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를 위하여, 내 가족을 위하여 빨리 빨리 살아왔고, 좀 더 많이 갖기 위해 노력했던 삶들을 되돌아봅니다. 그게 우리 일반인들의 한계야 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은 것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 책의 개요
ㅇ 제목 : 소설 무소유 : 법정스님 이야기
ㅇ 저자 : 정찬주
자기다운 삶으로 자기만의 꽃을 피워낸 역사적 인물과 수행자들의 정신세계를 탐구해 온 작가 정찬주는 1983년 <한국 문학> 신인상으로 작가가 된 이래, 자신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변함없이 천착하고 있다. 국어교사로 잠시 교단에 섰다가 월간 <불교사상>에서 편집자의 삶을 시작했으며, 십수 년간 샘터사 편집자로 법정스님 책들을 만들면서 스님의 각별한 재가제자가 되었습니다. 법정스님에게서 받은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무염(無染) 이란 법명을 마음에 품고, 전남 화순 계당산 산자락에 산방 이불재를 지어 2002년부터 그곳에서 텃밭을 일구며 자연에 둘러싸여 집필에만 전념 중입니다.
ㅇ 줄거리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던 법정스님은 평생 그렇게 사셨습니다. 이 책은 법정스님이 출가할 때부터 입적하실 때까지 사셨던 길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스님께서 평생 몸소 보여주셨던 무소유 정신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속세를 떠날 때부터 이승을 떠날때 까지 사람과 자연을 위해 살아오신 법정스님의 평생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책의 목차대로 출가할 때 마음의 혼란, 행자 법정, 쌍계싸 탑전 시자 등을 하시면서 어려움, 새 절을 만드시고 홀연히 떠나시는 모습, 혼자 수행하는 생활, 그리고 남에게 피해를 안 주시려는 생활 등 정말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어려운 일을 너무 많이 하신 진정한 우리 시대의 종교지도자의 이야기입니다.
ㅇ 목차
1장 고향의 바다
싸락눈, 목포의 눈물, 완행열차
2장 행자 법정
삭발, 미래사, 화두소리
3장 쌍계사 탑전 시자
비누조각, 점심공양, 도반
4장 해인사 억새풀
빨래판, 할머니
5장 다래헌과 사바세계
무소유, 유서를 쓰는 세상
6장 불일암, 텅 빈 충만
산짐승 식구, 태풍, 장날, 연필 한 다스, 초록빛 토끼, 서 있는 사람들
7장 강원도 오두막
주류산방, 흙방, 연꽃 없는 연못
8장 회향, 그리고 입적
염주 한 벌, 일월암, 불 속의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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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점수 : 5점 만점에 5.0점 (스토리, 구성, 흥미, 교훈 4가지 평가요소)
이 시대에 대한민국에서 같이 살아가는 것도 정말 인연인 것 같습니다. 이런 소중한 인연을 가진 분들께 꼭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법정 스님의 삶, 정신,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것들이 책 안에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약간 찡한 감동이 있고, 책을 다 읽고 덮을 때 나도 그렇게 살도록 노력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마지막 장까지 읽는 내내 다음 장이 궁금해졌고, 잠시 다른 일로 책 읽기를 중단하면 빨리 책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 독후감
출가를 결정하고 법정스님께서 꿈꾸던 등대지기의 추억을 화장하여 바다에 뿌리고 집을 떠나오셨습니다. 스님이나 신부님들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이 살아오던 일상을 떠나 성직자의 길로 들어서는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라는 것이 믿고 의지하는 대상이 다른 것이지 결국은 선한 마음으로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돕고 바른 생활을 하라는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정스님이 출가 후 행자 스님, 쌍계사 시자 생활, 해인사에서 한 아주머니가 팔만대장경을 빨래판이라고 한 말을 듣고 깨우쳐서 불교 경정을 우리 말로 번역하고 글을 쓰는 일에 매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어느 절의 주지가 아니라 암자에서 수행을 하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절이나 중생들이 있으면 가서 봉사하고, 수행을 하면서 함께 하는 새, 동물, 시냇물, 구름, 풀 한포기까지 의미를 두고 아끼는 마음은 절로 고개를 숙이게 합니다.
대원각이라는 대형 요정을 법정 스님의 무소유 사상에 깊은 감명을 받고 시주한 길상화 보살의 마음도 예쁘고 대단합니다. 그 마음 이상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길상사에 방 한칸 만들지 않고 머물기를 원하지 않으신 법정스님은 진정 무소유 정신을 실천하신 분입니다.
이 세상을 떠나실 때도 살아오신 것처럼 유언을 남기시고 자연으로 돌아가신 법정스님의 이야기는 저에게 너무 따뜻하고 의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법정스님처럼 살기는 힘들겠지만 최대한 타인을 위해, 자연을 위해 바르게 살아야겠다 라고 다짐했습니다.
# 느낌있는 문장, 좋은 글귀
(청년은 손을 들어) 불이 꺼진 등대와 작별했다. 등대지기 추억마저 화장하여 재를 뿌리듯 바다에 버렸다. 그렇다고 이루지 못한 꿈의 그림자조차 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동서양에는 수많은 종교가) 있는 줄 알 것이다. 허나 절대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계, 정, 혜 삼학을 닦아 생사해탈하는 종교는 불교밖에 없느니라
* 참고 : 부처님 가르침을 요약해서 삼학(三學)이라 한다. 즉 계(戒), 정(定), 혜(慧)를 말한다. 따라서 부처님 수행법은 기본적으로 계, 정, 혜 삼학으로 짜여 있다. 계(戒)는계율을 말하고, 정(定)은 삼매를 말하며, 혜(慧)는 반야(지혜)를 말하는 것이다. 모든 나쁜 일을 하지 않는 것을 계(戒)라고 하고,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을 정(定)이라고 하고, 모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는 것을 혜(慧)라고 한다.
(참됨을) 지키고 속됨을 경계함이 진정한 수행자
(하안거)는 승려들이 여름 장마 때 외출하지 않고 함께 모여서 수행하는 일
(동안거)는 음력 10월 15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 3개월 동안 승려들이 외출을 금하고 참선을 중심으로 수행에만 전념하는 불교 용어
안거가 시작되는 것을 결제라 하고, 풀리는 것을 해제라 한다.
(고통스런 현실도) 추억이 되면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드는 것인가
(아무리 뛰어난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이라 할지라도 알아볼 수 없는 글자로 남아 있는 한 그것은 빨래판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구나 - 해인사에서 한 아주머니가 팔만대장경을 빨래판이라고 했을 때
(본질적으로 내 소유는 없다.) 어떤 인연으로 해서 내게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가버린다. 나의 실체도 없는데 그 밖에 내 소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한동안 내가 맡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죽음쪽에서 보면 한 걸음 한 걸음 죽어오고 있다는 것을 상기할 때, 사는 일은 곧 죽는 일이며, 생과 사는 결코 절연된 것이 아니다. 죽음이 언제 어디서 내 이름을 부를지라도 네, 하고 선뜻 털고 일어설 준비만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유서를 쓰는 세상' 목차에서) 욕심을 버린 후에는 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곳이 꼭 한 군데 있다.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 의자의 위치만 옮겨놓으면 하루에도 해지는 광경을 몇 번이고 볼 수 있다는 아주 조그만 그 별나라.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안 왕자는 지금쯤 장미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을까. 그 나라에는 귀찮은 입국사증 같은 것도 필요 없을 것이므로 가보고 싶다.
(우리가 지금까지) 얻어들은 좋은 말씀이 얼마나 많은가. 그 좋은 말이 모자라 현재의 삶이 허술하단 말인가. 남의 말에 갇히면 자기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게 되지. 다 큰 사람들이 자신의 소신과 판단대로 살아갈 것이지 어째서 남의 말에 팔려 남의 인생을 대신 살려고 하는가
(진실로 삶은 놀라움이요), 신비다. 인생만이 삶이 아니라 새와 꽃들, 나무와 강물, 별과 바람, 흙과 돌, 이 모두가 삶이다. 우주 전체의 조화가 곧 삶이요, 생명의 신비다. 삶은 참으로 기막히게 아름다운 것, 누가 이런 삶을 가로막을 수 있겠는가. 그 어떤 제도가 이 생명의 신비를 억압할 수 있단 말인가.'
(과거에 붙들려 있으면) 현재를 살고 있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매달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지금 어느 자리에 서 있느냐가 중요했다. 법정은 늘 장경각 법보전의 주련을 잊지 못했다.
부처님 계신 곳이 어디인가.
지금 그대가 서 있는 그 자리!
(과거를 따르지 말라.) 미래를 바라지 말라. 한 번 지나가버린 것은 이미 버려진 것. 그리고 미래는 아직 도달되지 않았다. 다만 오늘 해야 할 일에 부지런히 힘쓰라. 그 누가 내일 죽음이 닥칠 것을 알겠는가
(풀과 나무는 다들 자기 나름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웃을 닮으려 하지 않고 패랭이는 패랭이답게, 싸리는 싸리답게 그 자신의 삶을 꽃 피우고 있다. 생명이 깃들어 있는 것은 어떤 형태로건 저마다의 삶의 가장 내밀한 속뜻을, 꽃을 피워 보이고 있다. 그래야 그 꽃자리에 이 다음 생으로 이어질 열매를 맺는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고달프고 팍팍한 나날에 만약 꽃이 없다면 우리들의 삶은 얼마나 무미건조할 것인가. 꽃은 단순한 눈요기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곱고 향기로운 우리 이웃이다.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의 조화를, 거칠고 메말라가는 우리 인간에게 끝없이 열어 보이면서 깨우쳐 주는 고마운 존재다.
(선행이란) 다름 아닌 나누는 행위를 말합니다. 내가 많이 가진 것을 그저 퍼주는 게 아니라 내가 잠시 맡아 있던 것들을 그에게 되돌려주는 행위일 뿐입니다
(마음을 맑히기 위해서는) 또 작은 것,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만 지닐 줄 아는 것이 바로 작은 것에 만족하는 마음입니다. 하찮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소유할 수 있음에 감사하노라면 절로 맑은 기쁨이 샘솟습니다. 그것이 행복입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생을 마감한다. 이것은 누구도 어길 수 없는 생명의 질서이며 삶의 신비이다. 만약 삶에 죽음이 없다면 삶은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죽음이 삶을 받쳐주기 때문에 그 삶이 빛날 수 있는 것이다.
(일곱 명의 상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법정은 눈을 감았다.
세상나이 79세, 스님나이 56세, 2010년 3월11일 오후 1시51분의 일이었다.
# 끝맺으면서 (책을 읽고 오랜만에 감동했습니다.)
법정스님 이야기인 소설 무소유를 읽으면서 서너번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그만큼 제 마음에 울림이 있었습니다. 감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겨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의 가족들만 위해 살던 삶, 타인을 위해 나의 아주 작은 부분을 나누고 있지만 그것을 넓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위한 나눔 뿐 아니라 텃밭을 일구면서 하는 저의 농사일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땅을 좋아하고 제 정성으로 싱싱하게 커가는 채소들을 보면 행복합니다. 저의 관심과 사랑에 자연의 보살핌으로 자란 채소를 먹고사니 몸도 마음도 행복합니다. 밭일을 하면서 몸의 건강을 키우고, 채소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키우지 하면서 공부하다보면 두뇌의 건강을 키웁니다. 사람과 자연을 위한 삶을 지향하면서 살겠습니다.